[꿈길] 다리 벌린 여자 2006/10/29 20:14 

한 판잣집 가족은 살림이 펴서 50평짜리 아파트로 옮겼다. 딸은 처음엔 자기만의 방이 생겨서 기뻤지만 점차 혼자놀기에 질려서 딴엔 새롭고 짜릿한 놀이를 생각해냈다. 가면을 쓰고 베란다창만한 방 창문을 열고(유리창이 아니어서 닫아놓으면 바깥이 안 보이고 밖에서도 안을 못 들여다봄), 네글리제 차림으로 누워서는 천정을 향해 다리를 올린 채 벌렸다. 마침 맞은편 아파트 복도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던 아저씨 몇이 우연히 보고 탄성을 질렀다. 어느새 맞은편 아파트는 디카와 망원경을 들고 바라보는 남자들로 가득했다. 뜨거운 반응에 전율과 쾌감을 느끼며 여자는 약올리듯 창을 닫았다. 몇 시간 후 인터넷엔 '가면의 쩍벌녀'가 뜨거운 감자로 올랐다. 그녀에 대해 사람들은 이런저런 추측을 내놓았다. 미녀다 추녀다, 전문직 여성이다, 프리랜서다, 백조다, 히키코모리다, 에로배우 홍보다, 노출광이다, 남자에 굶주렸다, 성해방론자다, 과격 페미니스트다, 사회불만 표출이다 등등. 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항은 가면 뒤의 얼굴이었다. 우쭐해진 여자는 자신이 가면을 벗었음을 깜박 잊고, 맞은편 아파트의 남자들이 아직도 각자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창가에 매달려 있는지 궁금해서 창을 조금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순간 가면이 아닌 맨얼굴 상태임을 자각하고는 황급히 창을 닫았으나 이미 플래시가 터진 후였다. 얼굴이 공개됐으니 취직도 시집도 글렀고 주위 사람들 볼 낯도 없다고 자책했다.

→ 꿈이라 비논리적인 부분이 보이는데 실제상황이라면 신고감? 보려는 욕구와 보이려는 욕구, 드러내려는 욕구와 숨기려는 욕구, 어디까지 내보이고 어디까지 숨기느냐 하는 수위의 문제를 생각케 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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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inydoll 2006/10/30 13:45  re x
    뭐 인간의 역사는 훔쳐보기와 보여주기의 역사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특히나 관음증은 남자에게는 무조건 존재하는 태고적의 에고라고 하더군요. ㅇㅅㅇa

    그나저나 오랜만에 잠수(?)를 풀고 다른분들의 블로그에 돌아다녀보네요. 최근에 불붙어서 열심인 일이 있어서 다른건 거들떠보지도 못할 정도로 숨가빴는데 이제 좀 살만 하네요. 거의 보름만에 나가본 바깥 세상은 너무 아름다웠다고나 할까요. ㅠ_-

    • zizim 2006/10/30 17:06  re x
      이성의 몸을 보려는(눈으로 탐하려는) 욕구는 남녀 공통이지 싶습니다. 학교 담 밖에서 흔드는(;) 아담을 보려고 뭇 여학생들이 창가로 몰려들던 므흣한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참~;; 남남상열지사(;)는 여성독자들을 안전한 관찰자 입장에서 관음욕구를 충족시킨다는 해석도 있구요.

  2. lanxi 2006/10/31 12:16  re x
    저도 보여주고 싶은 부분과 감추고 싶은 부분 사이의 조절..이 고민입니다. 0_0

    • zizim 2006/10/31 14:21  re x
      인간관계 및 블로그질에도 해당되는 딜레마...orz (진도가 나갈수록 더더욱~;)

  3. 도해 2006/10/31 17:15  re x
    저도 어제 꿈이 기묘해서, 오늘 종일 붕붕 떠다니는 느낌이에요 ;ㅁ;

    • zizim 2006/10/31 17:22  re x
      깨고 나서도 오랫동안 강한 여운을 남기는 묘한 꿈, 어떤 꿈인지 궁금한데요~*

  4. 해빙 2006/11/01 03:32  re x
    저는 성격이 단순해서인지.. 당시에 고민하고 있는일들이 꿈속에서 바로바로 나타나고 그러던데(해석하기도 쉬워요;ㅁ;)..모임에 안나가면 꿈에서 모임언니가 왜안나왔어?라고 따시키고..자신감이 생기면 호랑이가 나오기도하고..꿈해몽에서 호랑이 나오면 좋은거래요~ 근데 그호랑이를 물리쳤어야됐는데 저는 도망을.. ;

    • zizim 2006/11/01 10:02  re x
      어머나, 편하시겠네요. 전 좋아하는 것만(캐릭터 포함) 바로바로 나타나고 고민거리는 상징과 은유로 나타나 해석이 난해합니다. 그치만 곰곰이 짚어보면 풀리데요. 꿈에서까지 모임 언니가 나무랄 정도라니 무서운(?) 모임인가 보네요. 다음번에 호랑이 꿈을 꾸시면 도망치는 대신 물리치시는 겁니다, 흐흐~(맘대로 안 되는 게 꿈이긴 하지만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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